1. IELTS 재채점 신청 계기
두 번째 IELTS 시험을 본 후,
성적 확인 메일을 열었을 때 나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시험을 마쳤을 당시까지만
해도 스피킹 파트에서 꽤 자신 있었기 때문에, 첫 시험보다 분명 점수가 오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보다 더 유창하게,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도했고, 주제에 맞는 어휘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대로였다. 스피킹 점수는 6.5, 변화 없음.
‘뭐지, 이게 왜 이렇게 나왔지?’
처음엔 성적표를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다시 확인해도 점수는 동일했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Writing 점수까지도
첫 시험과 똑같이 나왔다는 점이다. 두 파트 모두 내가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했던 영역이었기 때문에 그 실망감은
배가 되었다.
한 달 넘게 매일같이 스피킹 연습하고, 라이팅
첨삭도 꾸준히 받으며 실력을 다졌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허탈함이 몰려왔다. ‘이 점수로 다시
지원할 수 있을까?’, ‘한 번 더 시험을 봐야 하나?’라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바로 IELTS는 공식적으로
성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 즉 재채점(enquiry
on results) 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은 남들이
하는 얘기처럼만 들렸지만, 이번엔 나에게 너무도 필요한 옵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재채점을 신청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 경험을 토대로, 재채점 신청 과정과 실제 결과,
그리고 신청 전후에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모두 정리해보려 한다.
2. IELTS 재채점 신청 방법 (영국문화원
기준)
재채점은 IELTS 공식 성적표(종이 성적표)가 발급된 후, 시험일로부터
6주 이내에만 신청할 수 있다. 나는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에서 시험을 봤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에서
재채점을 신청했다. IDP에서 시험을 봤다면 IDP로 신청해야 하니,
기관에 따라 절차가 다르다는 점도 꼭 유의하자.
재채점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성적 확인 및 온라인 예약
영국문화원 IELTS 홈페이지에서 성적을 확인한
뒤, ‘성적 재채점’ 항목을 클릭하면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재채점 받고 싶은 파트를 선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Writing과 Speaking을 함께 선택한다.
Listening과 Reading은 주관식이 아니기
때문에 재채점 대상이 아니며 실제로도 점수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두 영역은 선택할 수 없다.
2) 재채점 비용 입금
재채점 신청 시 비용은 160,000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한 파트만 신청하든, 두 파트를 신청하든 금액은 동일하다.
만약 재채점 결과로 점수가 하나라도 오를 경우, 전액 환불되므로 ‘도박’이라기보다 일종의 전략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3) 신청서 출력 및 등기 발송
온라인 예약이 완료되면, 안내 메일과 함께 재채점
신청서를 출력해서 등기로 영국문화원에 보내야 한다.
메일이나 온라인으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실제로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내야 최종 신청이 완료되니, 이 부분을 놓치지 말 것.
등기 발송 주소: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1길 19,
배재정동빌딩 B동 2층
주한영국문화원 시험운영과 IELTS 재채점 담당자 앞 (우편번호: 04516)
3. 재채점 요청 파트
앞서 말했듯이, 재채점은
Writing과 Speaking만 가능하다. 나처럼 두 파트 모두 점수가 납득되지 않았다면, 둘 다 신청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어차피 몇 과목을 재채점을 신청하든 비용은 동일하고, 한 개 영역만 점수가 올라가도 환불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피킹에 특히 아쉬움이 컸다. 응시 후 느낌이
너무 좋아서, 최소 7.0은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시험과 똑같은 6.5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이팅도 마찬가지였다. 이전보다 구조적으로 더 나아진 글을 썼고, 시간 배분도 완벽했는데 결과는 그대로였다. 결국 두 파트 모두 재채점을 신청했다.
4. 재채점 결과 공개
재채점 신청서와 등기를 보내고 나서, 약 일주일
후 접수 완료 안내 메일이 도착했다. 이후 약 3주가
지난 시점,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이 영국문화원으로부터 도착했다.
메일을 여는 순간, 온몸에 긴장이 스며들었다. “혹시 둘 다 그대로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과, “최소한 한 영역은 오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뒤섞인 감정. 결과는 이랬다.
- Writing:
6.5 → 7.0 (상승)
- Speaking:
변동 없음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아쉬웠다. 스피킹 점수에
더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Writing 점수가
0.5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내가 목표했던
조건은 대부분 Writing 7.0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점수 변화로 추가 시험 없이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소식!
점수가 올라갔기 때문에 재채점 비용 160,000원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었다. 신청 후 부담스러웠던 금액이 다시 돌아오니, 괜히 더 뿌듯했다.
수정된 점수가 반영된 새로운 성적표를 받기 위해, 기존 성적표를 등기로 반납했고, 며칠 후 변경된 성적표를 무사히 수령했다.
재채점 신청부터 성적표 수령까지 총 소요 기간은 약 4주 정도였다.
5. 재채점은 전략적인 선택
재채점은 단순히 ‘점수가 아쉬워서’ 감정적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시험을 준비한 자신의 실력과 시험 당일의 퍼포먼스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후, 주관식 파트에서
실력 대비 점수가 낮다고 느껴진다면 시도해볼 만한 옵션이다.
물론 모든 재채점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검색해 보면 “그대로였다”는 후기도 많고, 극히 드물게 점수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변동 없음이거나 +0.5점 상승이며, 하락해도 원래 점수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큰 리스크는 없다.
또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 체력,
비용을 고려하면 한 번의 재채점 시도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크다. 나는 이 점이 가장 좋았다.
재채점은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0.5점 차이로 목표를 놓치게
된 경우엔, 재시험보다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다. 시험 준비도
쉽지 않은데, 다시 시험 보는 건 시간적·정신적으로도 꽤 부담이 크다. 내가 낸 실력에 확신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재채점을 신청해보자. 점수가 오르지 않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시험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약점을 한 번 더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6. 마무리, 재시험만 답은 아니다
점수 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시험이지만, 꼭 재시험만이 해답은 아니다.
나처럼 0.5점의 변화가 큰 의미를 가지는 수험생에게는, 재채점이라는 작은 시도가 생각보다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또다시 IELTS를 준비하게 된다면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혹시 지금 성적을 받고 실망하고 있다면, 너무
낙담하지 말자.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여전히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재채점일지도 모른다.